드라마 보고 써보는 독백
드라마 인생의 경력이 제빵왕 김탁구때 멈춰있었는데 어제 14시간정도 달려서 멜로가체질 정주행했다. 인생 신기록 갱신!
재미있다는 평가는 이미 검증된 작품에 내리긴 좀 민망하고 그냥 보면서 든 이런저런 생각을 나눌 사람이 없어서 몇 글자 적어보고 싶다.
작품이 스토리보다 캐릭터에 치중해서 그려낸 걸 많이 본 기억이 없는데 이 작품은 캐릭터가 메인이다. 다들 어딘가 독특하고 이상한 구석이 있는데 인상적이고 친근한... 티비속 인물이 아니라 옆에 같이 살아가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캐릭터들이었다. 대화는 자유롭거나 맥락이 없을 때도, 개드립이 난무하기도, 어이없을 정도로 유치하기도 한데 수다 블록버스터라는 장르명이 무색하지 않게 수다가 많다ㅡ.
보건교사 안은영이란 책을 읽었을 때도 비슷한걸 느꼈다. 뭔가 정신없고 이상한데 웃기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한 느낌.
문학을 안보게 된지도, 드라마를 안본지도 오래 돼버린 25살 애늙은이가 마주한 요즘의 문학과 드라마는 조금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내 인생은 너무 평범하고 지루하다. 내 세상은 온통 회색이다. 감정에 익숙하지 못하고 솔직하지 못하다. 근데 드라마속 인물들은 너무 다 예쁘고 매력적이고 다양한 색채를 뚜렷하게 뿜어내면서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작품을 만들어 낸다. 드라마속 인물의 세상은 내 세상처럼 회색이 아니다.
어떨 땐 이 차이가 이 드라마를 보고있는 나를 아주 기분 잡치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궁금하게 되기도, 동경하게 되기도 한다.
처음에는 주인공들의 사연이나 그들의 행동, 감정이 너무너무 버거워서 힘들기도 했었다. 나는 하루에 밥 한공기만큼의 감정도 소비하지 않고 살아왔는데 드라마에 공감하고 이해하면서 열그릇도 넘게 먹게 되니 버겁다.
한 사람의 인생에 천국과 지옥을 선사한 그 특별한 사건들을 한시간도 안되는 사이에 내가 보고 있노라면 인생의 천국과 지옥이 많지 않았던 내 감정에 감정부족이라는 위기감이 들게 만들기도 한다.
근데 요즘 드라마를 거의 안 봐서 그런지 뭔가 마음이 힐링되고 편해지고 그렇다. 어른이 되가는 과정에 있어서 공감되는 부분도 있는건지.
나는 남들처럼 달콤한 연애나 사랑을 못해봤다. 그래서 연기로라도 사랑을 속삭이고 서로 두근대고 달콤한 상황속에 있는 것, 사랑이 존재함을 인식하는 배우들이 부럽기도 하다. 나는 사랑이 뭐였는지 점점 희미해져가고 다시 꺼내보고 시작해보기엔 온갖 초록색(불안한 마음)과 파란색(슬프고 쓰린 마음)이 범벅되어서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다.
마지막화까지 보고 후기를 써보자면
방구석 철학자 같은 뭔가 애매한 명언과 대사가 곱씹어보게 만든다. 이해가 안되는 것도 있지만 아무렴 어때 하고 넘어가게 되기도 한다. 다음에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남•여 관계의 일에 결론보다는 과정을 바라보게 되고 다양한 관계와 삶의 유형을 보게되어서 좋았다. 사람이 참 다양하고 저마다 매력이 있구나... 난 그냥 나랑 다르면 다 삐뚤게 보이는데 어쩌면 나도 누군가에게는 참 비뚤어진 사람일 수 있겠구나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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