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책방: 책 읽어 드립니다 10회 - 이기적 유전자
오늘의 책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입니다.
생물학도로서 필독서이지만... 사실 그 주장에는 다소 과장적인 면모, 추상적인 개념에 대한 모호한 주장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동물과 인간의 행동에 새로운 시선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좋으나, 그것을 일반화 시키고 예외까지도 사실은 다 똑같은 의도라고 말하는 것은 조금 억지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생물학을 전공하지 않고 일반 사회에 살아가시는 분들은 과학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폭을 더 넓히고, 생각해 볼 만한 주제를 던져주며, 생물학에 대한 흥미를 가지게 하는 점에서는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본격적인 영상 설명에 앞서서 제가 생물학을 전공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영상에서 설명하는 것보다 부가적인 설명이 더 많고 제 개인적인 입장도 조금 들어갈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시간에 작은 지식이나마 더 얻어가는데 도움이 되고 이해를 돕기 위해서, 또 오해하지 않기 위해서 하는 것이니 참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전반적으로 과학적인 주제를 다루기에 다소 용어가 어렵거나 설명이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최대한 노력해서 그런부분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지만 어려운 부분 있다면 댓글로 질문 주시거나 검색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람이나 동물, 식물, 바이러스에는 모두 DNA, RNA같은 유전자를 담은 물체가 있습니다.
DNA, RNA라는 것은 쉽게 비유하면 건물을 짓는 벽돌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유전자는 무엇인가? 말 그대로 유전이 되는 물질을 말합니다. 유산같은 개념이죠.
내 자녀가 나랑 닮은 것도 다 이 유전자때문입니다.
유전자라는건 벽돌(DNA)를 통해 완성된 건물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건물이 많이 모여서 마을을 이루었다고 가정했을 때, 그 마을 전체를 DNA라고 부를수도 있습니다.
마을에 많은 건물은 다 각각의 특징이 있겠죠? 경찰서, 우체국, 아파트, 학교 등등으로요.
이렇게 각기 다른 기능하는 건물 하나하나를 유전자라고 부른다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사실 DNA와 유전자의 개념이 약간 모호한 느낌은 있습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생각은 이러합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유전자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죠.
마치 기생충이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다른 생명체를 조종하듯이, 생명체 속 유전자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그 생명체를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사람은 껍데기이고 유전자가 속에서 조종한다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그래서 생존기계라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 책은 아주 기본적인 생물학계의 생물발생설을 설명하면서 시작합니다.
최초의 생명은 어떻게 생겨났는가에 대한 가설이 되겠습니다.
책 내용을 이해하는데에는 큰 지장이 없는 내용이라 사진은 편집했습니다. 글로 설명드리고자하는데 너무 어렵다, 관심 없다 하시는 분은 바로 내려서 쭉 이어보시면 되겠습니다.
초기에는 아주 간단한 화합물들만 존재했다(물, 암모니아, 메탄, 이산화탄소)
이 화합물에 큰 에너지가 가해지면 서로 합쳐질 수 있는데, 합쳐지다보니 복잡한 화합물이 되었다.
그 당시 지구에는 화산폭발과 번개가 빈번하게 일어나 그럴 수 있었다.
복잡한 화합물중에 DNA, RNA와 비슷한 형태의 물질(편의상 A라고 하자)이 생겨났는데 이 A는 스스로 복제한다.
복제하는 이 물질은 계속 복제하는데 그 와중에 에너지가 가해지다보면 돌연변이(B)가 생긴다.
돌연변이(B)는 또 자기를 계속 복제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며 돌연변이는 다양해진다(A,B,C,D 등등)
A, B, C, D 등등은 번개치고 화산폭발하는 가운데서 자기 자신을 그대로 복제하기위해 방어막을 만든다.
이게 최초의 세포가 된다.
이후는 익히 아는데로 세포가 모여 한 생명체를 이루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려운 이야기는... 왠만하면 패스하도록 하죠.
지금까지는 과학계의 상식이었고 이후에 내용이 더 중요합니다.
우리같은 생명체 안에 있는 유전자는 자신의 생존만이 목적입니다.
자신이 생존하기 위해, 즉 이 생명체가 죽지않고 자손을 번식할 수 있게 전략을 짭니다.
본능이라고도 불리는 '욕구'가 이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유전자는 생명체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유전자를 지키도록 설정을 합니다. 토끼는 도망가고 사자는 쫓아갑니다. 토끼는 무서우니, 죽기 싫으니 도망갈 것이고. 사자는 잡아먹어야 살기 때문에 쫓아간다는 건 너무 당연하지만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모두 유전자를 지키기위한 행동이라는 겁니다. 물론 이건 생명체가 생각하는게 아니라 유전자가 그렇게 움직이도록 설정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쉽게 말해서 생명체는 유전자에게 세뇌되어 유전자를 보호하도록 조종당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다분히 추상적이고, 알 수 없는 영역이기에 음모론을 이야기하는 느낌마저 듭니다.
뒤에는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또는 이 주장으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끼워맞추기 예시가 등장합니다.
생존을 위해 도망치는 것 뿐 아니라, 어머니가 자식을 보살피는 모성애 또한 유전자의 전략이라고 말합니다. 실제 모성애는 아이를 볼 때 어머니의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에 의해 조절되는 감정이기도 한데요. 모성애가 거짓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그저 유전자가 자신의 아이를 사랑하라고 시켜서, 그런 행동을 하는 존재로 설정되어있다는 것이죠.
이번에는 근연도를 따라 설명하는데, 우리나라로 따지면 촌수 개념입니다. 촌수가 가까울수록 내 유전자가 많다고 생각하니 가까운 촌수의 가족을 아낀다는 것이죠. 근연도가 가까울수록 더 소중한 존재로 느끼게 설정되어있습니다. 유전자는 지금 자신을 복제해서 살아남는 것 뿐 아니라 이미 복제한 다른 유전자들이 잘 보존되도록 생명체를 움직인다고 보면 됩니다.
자 그럼 내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선 최대한 많은 자녀를 가지면 되는거 아닌가? 하겠지만 유전자는 큰그림을 그리고 가는 엄청난 두뇌의 소유자입니다. 지금 내가 아무리 많이 낳아도 부양할 능력이 없으면 다 굶어죽으니 결과적으론 손해라는 계산을 빠르게 하고서는, 내가 생존하고 양육하는데 얼마나 좋은/나쁜 환경인가를 고려해서 자녀를 낳는다는 것이죠.
현대 사람들이 자녀를 낳으면 자녀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고, 지금 당장 살기 빠듯하니 자녀낳기를 포기하는 것과 비교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엔 그럼 똑같은 어머니와 자녀관계와는 달리 왜 같은 근연도를 가진 형제와는 그런 감정, 행동이 없는가?
그것은 어릴 적 부모님의 한정된 양육량에 대해 서로 경쟁하는 구도로 자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부모님이 내게 먹이를 많이 주면 다른 형제에게는 적게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겠죠. 그래서 형제간에는 경쟁하고 미워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 부모가 아이들 중 양육할 아이를 선택하는 현상도 있는데, 이 또한 생존에 유리한 생존기계를 선별하는 유전자의 전략입니다.
유전자는 이처럼 자신의 생존만을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이타적으로 보이는 행동들도 사실은 자기들의 생존을 위한 이기적인행동이다~ 라고 이야기합니다. 자신들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것이면 이타적인 행동을 하기도 하고, 또 일벌들처럼 침입자를 자기 목숨을 걸고 지키는 것이 자신의 유전자가 많은 집단을 보호하는 것이 유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전략인 것이죠. 이기적이라는 말의 어감이 안좋아서 그렇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의문은 끊이질 않는데, 사람의 경우 유독 독특하게 자손을 포기하거나, 정말 이타적인 행위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한 독립투사분들이야 일본보다는 우리나라에 근연도가 높다는 식으로 이해한다고해도 가끔은 나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에게, 같이 몇달을 지냈다는 이유만으로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앞장서는 분들도 있죠. 이런 기현상을 설명하는 단어로 문화유전자, 밈(Meme)이라는 단어를 씁니다. 오늘날 인터넷상에서 유행하는 것들을 밈이라고 부르는걸 종종 볼 수 있는데 이 책에서 나온 단어입니다.
내 가설대로 세상을 보려고하니 예외가 있는데, 이것들까지도 이기적이라는 주장을 하려니 애매한 입장이라 이런 개념이 도입된 것 같습니다. 어떤 사상이나 문화, 예술등을 나의 정체성으로 삼고 전파하려는 것이 이 문화유전자 밈이 생존하는 방식이고, 그걸 위해서 유전자는 유전자의 보전에 도움이 안되는 이타적인 행동도 한다는 설명입니다.
느껴갈 수 있는 부분들입니다. 이기적으로 프로그래밍 된 유전자. 이 책이 주장한대로 이기적이기만 하든 아니든,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또 이 세상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해해야할까 생각해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